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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_익숙함에서 찾는 특별함 (보히가스 까바 브륏 리제르바 매그넘, Bohigas Cava Brut Reserve)

와인덕후 2019. 2. 27. 10:15

 

004_익숙함에서 찾는 특별함

 

 

더 이상 생일은 특별한 날이 아니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것은 사실이니
이제는 익숙해진 곳에서 가장 익숙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갖는다.

 


단골이 된 와인바를 자연스레 방문했다.
역시 친절하게 맞아주시는 사장님에게 
리스트에 새로 올라온 샴페인들이 어떤지 물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내가 가져 온 와인은 칠링 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 전에 마실 것을 고르다가
사장님께서 좋아하시는 샴페인이라고 추천하셔서 고민 끝에 한병 선택했다.

 

듀발 르로아 브륏 리저브

Duval Leroy Brut Reserve

새로 마셔보는 와인을 앞에 두면 항상 설레면서도 두려운데
어떤 향과 맛을 가졌을지 상상하다가 
내가 그것을 온전히 다 느끼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까지 도달하면 두려운 마음도 든다.

이 날은 나도 샴페인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섬세한 버블감에 구운 초콜릿 향이라고 할까 꽤 묵직한 편이었다. 한번 더 마셔보고 싶다.

같이 곁들인 플레이트 중 가장 기대했던 것은 두 손보다 큰 통문어 찜

 
먹어도 먹어도 다리 하나가 줄지 않고 나중엔 턱이 빠질 뻔했다
남은 문어 다리는 심야 메뉴인 해물 라면에 넣어 먹으니 버릴 것이 없었더라

미리 칠링을 맡겨둔 나의 와인은


보히가스 까바 브륏 리제르바 매그넘
Bohigas Cava Brut Reserva Magnum

보통 와인인 스탠다드 바틀의 두 배 사이즈인 매그넘(1.5L)이라 칠링하는 데 꽤 시간이 필요했다.
신나게 마시려고 사뒀던 까바 매그넘
너무 신나게 마셔서 다음 날 일어나지 못했다는 후문
아마도 나만?

까바는 좀 전의 샴페인과는 다르게 익숙한 맛이다
역시 단조롭지만 그래도 깔끔하고 부담없이 마실 수 있었다.

둘 같은 세 명이 1.5리터를 비워가기 시작했지만 끝이 없다.

 

이쯤되면 향과 맛이 더 이상 중요하진 않다
옹다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얘기를 한참 하다 문득 찾아온 정적 사이에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친구들이 참 좋구나 너희들이 고맙구나
언제 만나도 즐겁구나 오늘이 특별하지 않다면서 의미부여를 하고 있구나 

어쩌면 여느때와 없는 주말에 자주 가는 와인바에서 한결같은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익숙하지만 한없이 특별한 일

이 특별함은 애써 찾은 것이 아니다 정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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