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DrunkenDrawer/콜키지프리(Corkage free)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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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_와인 헤는 밤(feat. 퇴근길) 매일 아침 아니, 다행스럽게도 매일은 아니지만 아침 7시. 버스에 올라 털썩 주저앉아서는 뉴스를 잠깐 보거나 인스타그램을 확인한다. 십 분쯤 지났을까 스르륵 눈이 감긴다. 꾸벅꾸벅 졸다가 눈을 뜨니 차가 막힌다. 다시 잠이 든다. 내려야 할 정류장의 세 정거장 전에 기가 막히게 눈을 번쩍 뜬다.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한번 켜고 버스에서 내린다. 출근 완료 :( 그리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고 특별한 일 없이 일주일을 보내면 왠지 스스로 짠해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버스 의자에 푹 기대서 사진첩을 뒤적거려본다. 이 날은 재즈 음악을 들으러 가자고 한 날이었다. 물론 와인이 빠질 수 없으니 한 병 챙겼다. 루이 자도, 부르고뉴 샤르도네 2010 Louis Jadot..
015_함께한다는 것 집에 작은 와인셀러가 하나 있다. 그 공간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생각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할 때가 많다. 와인을 처음 마시기 시작했을 때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유명한 와인, 평소보다 저렴하게 나온 와인, 추천하니까 그냥 사본 와인들로 한 병씩 사서 모아놨었다. 조금씩 와인을 알아가면서 와인셀러도 사고 본격적으로 나만의 와인리스트를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언제든 마실 수 있도록 내가 좋아하는 끼안티 클라시코와 다양한 레드와인, 모임이나 파티를 위한 샴페인이나 끄레망, 여름에 마시면 좋을 듯한 화이트와인, 날 잡고 비교시음을 해볼 수 있게 준비해두기. 그리고 정말 특별한 날을 위해 두고두고 보관하고 있는 와인. 셀러 앞에 앉아서 와인들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고 설렌다. 그리고는 곧 이 와..
014_나는 해피엔딩을 원해 나는 해피엔딩이 좋다 누군가는 해피엔딩은 진부하다거나 재미가 없다거나 혹은 그냥 싫다라고 말한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소설 또한 해피엔딩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항상 해피엔딩을 꿈꾸게 한다.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를 보기로 했다. 동화 중에서도 동화 같은 이야기 이미 알고있는 꽉 닫힌 해피엔딩의 이야기 영화관에서 콜키지가 된다고 해서, 비록 콜키지는 프리가 아니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와인까지 마실 수 있다니 그런 좋은 조합은 언제나 환영이고 와인은 어디에서든 옳으니까 같이 마시기로 했다. 이 날의 와인은 오로지 이름만 보고 어울릴 것 같아서 고른 샤또 벨뷰 오메독 2009 Chateau Belle-Vue Haut-Medoc 2009 친구가 선물로 ..
013_우리는 충분히 잘 살고있다 - 와인잼을 위한 공간에 대하여 오늘 하루가 참 지친다라는 생각이 들 때, 집에가서 발 씻고 아무 생각없이 누워있는 것이 제일인 나에게도 집보다 더 위로가 됐던 그런 공간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사라졌지만 와인을 마시던 날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 쌓여있는 일 다 제쳐두고 와인 한 병(혹은 두 세병) 들고가서 야외 테라스에 앉아 밤공기와 와인 향을 맡으며 '아, 이 정도면 충분히 잘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되는 이 시간을 우린 와인잼 이라고 불렀다 직접 요리를 할 때도 있었고, 이것저것 사가서 잘 차려 놓으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았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와인을 마시면서 오늘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하고 옛날에 그랬었는데, 그랬던 적이 있었나 라..
012_아는 것이 맛있다 와인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씩 마시면서 그때그때 궁금한 것도 찾아보고 책도 여러 권 읽다보니 조금씩 아는 게 많아지는 중이다. 모르고 마셨을 때랑 하나라도 더 알고 마셨을 때랑 그 와인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그래서 와인의 'ㅇ'도 몰랐던 옹다와 같이 와인을 마시면서 얘기했던 몇 가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적어보고자 한다. 열심히 얘기 해줬었는데 당연히 다 잘 기억하고 있겠지? ‘끼안티가 뭐야?’ 내가 좋아하는 와인이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이어서 자주 마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얘기 끼안티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마을인데 그 중에서도 떼루아가 더 좋은 곳을 끼안티 클라시코라고 한다. 끼안티 클라시코는 라벨이나 병목에 검은색 수탉이 붙어 있어서 ..
011_조금 우아한 하루의 시작 오사카로 여행을 갔었다. 어떻게 시작된 여행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당연히 놀고싶어서 다녀왔을거다. 와인과 음식에 집중한 여행이었다. 오사카에 있는 타카무라 와인샵을 갈 계획을 세우고 어떤 와인을 얼마나 살건지도 대충 정해놨는데 아무래도 가서 고민하다보면 시간을 너무 쓸 것 같아서였다. 목표는 프렌치 코스와 마실 와인들과 스시 코스와 마실 와인 그리고 숙소에서 마실 와인 찾기. 와인샵을 들어가보니 처음보는 와인들부터 시작해서 종류가 상당히 많았고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하게 전시되어 있는 아름다운 와인들도 있었다. 일단 사려고 생각한 와인들을 찾다가 어떤 와인이 더 좋을 지 고민에 빠지면 직원한테 어떤 음식과 함께 먹을 예정이고 어느 정도의 가격대로 생각하고 있으니 추천..
010_기다림 끝에 남은 것 1년 전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꼭 와인을 사가야겠다며 동생을 데리고 와인샵을 찾아다녔다. 어렵게 발견한 와인샵에서 고심 끝에 고른 와인은 마르께시 안티노리, 피안 델레 비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09 Marchesi Antinori, Pian Delle Vigne Brunello di Montalcino 2009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와인을 참 좋아했고 BDM은 마셔보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했다. 끼안티와 마찬가지로 산지오베제 품종을 쓰는데 어떤 느낌으로 다른지 궁금하기도 했고 비행기를 타고 넘어 온 와인은 안정을 취하게 해주고 비교시음을 할 끼안티 클라시코를 사두었다. 카스텔로 디 퀘르체토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2009 Castello di Querceto Chi..
009_To Amsterdam 제대로 구경도 못해 본 파리를 떠날 날이 왔고 내가 사랑하는 도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날이었다. 암스테르담으로 떠날 생각에 신이 났냐고? 아니, 교통체증 때문에 암스테르담 가는 기차를 놓쳤다. 제발! 나를 암스테르담으로 보내줘. 꽤 피곤한 채로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숙소로 가는 트램을 타고 지나가는 바깥 풍경을 보니 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곳이다. 익숙하고 편하다. 날씨가 굉장히 좋았다. 그냥 보내버리기에는 아까워. 먹고 싶은 맥주들을 하나씩 고르고 끄레망까지 한 병 싸들고 탁 트인 폰델파크의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 곳에서는 파란 하늘과 초록의 나무들 그리고 그 안에서 평화로워 보이는 사람들로 눈이 즐겁고 바베큐 냄새, 쑥 뜸 그 비슷한 냄새로 코도 즐겁고 맥주와 와인..
008_Buonissimo, 행복에 취하다 원래 이 날은 몇 달을 아껴두었던 와인을 아낌없이 마시기로 한 날이었다. 한 레스토랑의 '피오체사레' 와이너리와 갈라디너가 있다는 게시글을 보기전까지는. 갈 수 있다면 당연히 가봐야지! 예약 오픈과 동시에 예약이 꽉 찬 듯 했지만 디너 예약 성공. 참 잘했어요 갈라디너가 있는 날 어떤 페어링을 보여줄지 기대감에 부풀어서 도착했다. 디너 코스는 플레이트마다 매우 만족의 연속이었고 가장 기대했던 메인 순서에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가 동시에 서빙이 됐다. 피오 체사레, 바롤로 오르나토 2005 Pio Cesare, Barolo Ornato 2005 & 피오체사레, 바르바레스코 일 브리코 2005 Pio Cesare, Barbaresco IL Brico 2005 두 와인..
007_시작하기에는 지금이 좋다 기분이 좋은 날은 물론이거니와 위로를 필요로 할 때도 와인은 적당하다. 그런 날, 리슬링을 좋아하지만 와인을 잘 모르는 동생과 집에서 함께하기로 했다. 쉽게 그리고 맛있게 마실만한 와인을 꺼내 들었다. 파고 드 시르서스 싱글 빈야드 오크 에이지드 2013 Pago de Cirsus Single Vineyard Oak Aged 2013 오픈하자마자 코르크와 병의 입구에서 블루베리가 샘솟았다. 드라이한 편이었지만 코로 들어오는 블루베리의 단 향 때문에 달게 느껴질 정도로 블루베리 폭탄이 터진 느낌이었다. 기분 좋게 시작 와인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너무 빨리 마시지 않아도 좋다는 것인데 천천히 마시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마음도 풀어진다.위로를 필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