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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_와인 헤는 밤(feat. 퇴근길)
매일 아침
아니, 다행스럽게도 매일은 아니지만
아침 7시.
버스에 올라 털썩 주저앉아서는
뉴스를 잠깐 보거나 인스타그램을 확인한다.
십 분쯤 지났을까 스르륵 눈이 감긴다.
꾸벅꾸벅 졸다가 눈을 뜨니 차가 막힌다.
다시 잠이 든다.
내려야 할 정류장의 세 정거장 전에 기가 막히게 눈을 번쩍 뜬다.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한번 켜고 버스에서 내린다.
출근 완료 :(
그리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고
특별한 일 없이 일주일을 보내면 왠지 스스로 짠해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버스 의자에 푹 기대서 사진첩을 뒤적거려본다.
이 날은 재즈 음악을 들으러 가자고 한 날이었다.
물론 와인이 빠질 수 없으니 한 병 챙겼다.
루이 자도, 부르고뉴 샤르도네 2010
Louis Jadot, Bourgogne Chardonnay 2010
(영화관 간 날처럼) 약간의 걱정은 있었지만
저번과 마찬가지로 오픈하자마자 걱정 괜히 했네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알코올램프를 떠올리게 하는 향이었는데 대체 또 그게 무슨 향이냐며 어리둥절해하던 옹다.
(옹다 : 지금 다시 떠올려봐도 모르겠다)
그 다음은 오크통 냄새에서 복숭아와 치즈향까지 폴폴, 가볍게 넘어가는 목 넘김까지
생각보다 관리가 잘 되고 있었나 보다.
이 쯤되니 와인을 선물해 준 친구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원래도 고마웠지만)
매일 보는 사람들과
매일 보다가 오랜만에 만난 사람
오랜만에 와도 반갑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그리고 등 뒤로 연주되는 재즈까지
와인과 사람 그리고 재즈는 언제나 완벽한 조합이다.
그때를 생각하니 마치 꿈같다.
아마도 진짜 꿈일까
다 왔다.
버스 내려야지
퇴근 완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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