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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_우리는 충분히 잘 살고있다
- 와인잼을 위한 공간에 대하여
오늘 하루가 참 지친다라는 생각이 들 때,
집에가서 발 씻고 아무 생각없이 누워있는 것이 제일인 나에게도
집보다 더 위로가 됐던 그런 공간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사라졌지만
와인을 마시던 날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
쌓여있는 일 다 제쳐두고 와인 한 병(혹은 두 세병) 들고가서
야외 테라스에 앉아 밤공기와 와인 향을 맡으며
'아, 이 정도면 충분히 잘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되는 이 시간을
우린 와인잼 이라고 불렀다
직접 요리를 할 때도 있었고,
이것저것 사가서 잘 차려 놓으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았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와인을 마시면서 오늘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하고
옛날에 그랬었는데, 그랬던 적이 있었나 라며 웃기도 하고
나중에는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고 밤하늘도 쳐다보곤 했었다.
그렇게 와인에, 밤에 취해서는
‘아후 취해’ 를 반복하거나 ‘너는 꿈이 뭐니?’ 라고 물어보거나
정말 만취를 해서 집에 돌아가거나 하는 날도 좋았고
다같이 ‘이제 가자 역시 오늘도 이 곳은 좋다’ 하면서 헤어지던 날도 좋았고
햇빛이 좋은 날 낮부터 신나게 떠들었던 그 날도 참 좋았다.
헤어지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는 언제나 같이 나눈 대화들과 감정들이 좋아서
더 특별하지만 너무 아쉬웠던 날들
좋지 않았던 날들이 없다.
우리 충분히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러 한번 더 만나자
(지금은 뿔뿔히.. 빨리 다시 만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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