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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_함께한다는 것
집에 작은 와인셀러가 하나 있다.
그 공간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생각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할 때가 많다.
와인을 처음 마시기 시작했을 때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유명한 와인, 평소보다 저렴하게 나온 와인,
추천하니까 그냥 사본 와인들로 한 병씩 사서 모아놨었다.
조금씩 와인을 알아가면서 와인셀러도 사고 본격적으로 나만의 와인리스트를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언제든 마실 수 있도록 내가 좋아하는 끼안티 클라시코와 다양한 레드와인,
모임이나 파티를 위한 샴페인이나 끄레망, 여름에 마시면 좋을 듯한 화이트와인,
날 잡고 비교시음을 해볼 수 있게 준비해두기.
그리고 정말 특별한 날을 위해 두고두고 보관하고 있는 와인.
셀러 앞에 앉아서 와인들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고 설렌다.
그리고는 곧 이 와인은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마실건지 생각을 해본다.
묵직한 화이트는 단골 와인바에서 재즈 들으면서 함께 마시면 좋겠고
리오하 와인은 다같이 마시기 좋으니까 우리 다 모였을 때 마셔야겠다.
산뜻한 리즐링 들고 주말에 드라이브하고 소풍가면 괜찮겠다.
샴페인과 보르도의 올빈은 프렌치 코스와 좋을거야.
아마로네는 몇 년이 지나야 열릴 것 같지만 내년 쯤에 디캔팅을 시도해볼까싶다.
그리고 가장 아래쪽의 이 와인을 오픈하는 특별한 날은 언제일까?
이런 생각의 끝에서 나는 혼자서는 와인을 맛있게 마시지 못하겠다고 생각한다.
둘이 만나 와인 그리고 못했던 얘기들을 마저 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다 같이 모여 시끌벅적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다, 가끔은 슬프지만
물론 혼자 있는 시간도 좋지만 와인을 마실 때에는 함께하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
셰익스피어의 ‘헨리 8세’에 이런 구절이 있다.
훌륭한 동반자, 좋은 와인, 따뜻한 분위기에 둘러싸이면 누구든 좋은 사람이 된다.
정말 맞는 말이다.
오늘 하루의 끝도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같이 와인을 마시는 상상을 하면 보낸다.
그 날은 햇볕이 좋고 바람이 포근하게 부는 날이면 좋겠다.
이 와인일기의 시작은
꾸준히 와인을 마시고 꾸준히 기억을 못하는 옹다가 와인을 기억하기 위해서였지만
앞으로 마실 와인들이 그동안 마셔 온 것보다 훨씬 많아질 나를 위해서도
그 추억들을 같이 공유할 사람들을 위해서 기록하기 참 잘한 것 같다.
멈추지 말고 마시자
와인잔을 들어 건배를 하자
장미빛이든 황금빛이든 우리가 보는 것은 아름답게 찰랑거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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