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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미러 : 밴더스내치> - 당신의 선택, 그 결말은?

와인덕후 2019. 1. 31. 13:44

당신의 선택, 그 결말은?

- 블랙미러 : 밴더스내치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984. 한 프로그래머의 집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주인공 스테판은 돌아가신 엄마가 남기고 간 밴더스내치라는 책을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이 영화를 소개하기 위한 줄거리는 이것이 전부다. <블랙미러 : 밴더스내치> Netflix에서 제작한 인터랙티브 영화이다. 영화 중간에 나타나는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면서 진행되는 영화다. 선택에 따라서 이 영화를 보는 관객마다 다른 줄거리를 마주하게 되고 결말 또한 달라진다. 이런 이유로 내가 본 줄거리만으로 이 영화에 대해 완벽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인터랙티브 영화는 처음 접해봤기 때문에 영화 초반에는 허둥지둥 이었다. 어떤 내용을 선택해야 맞는 것인지 알 수 없었고 그 선택을 결정하는 시간도 짧아서 내용을 파악하기 바쁘고 내 의견을 반영하기도 어려웠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포맷에 익숙해지니 든 생각은 선택에는 정답이 없고 내가 원하는 결말로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세운 기준은 첫째로 나는 스테판이 최대한 본인의 생각대로 게임을 완성하기를 원했고 두 번째는 스테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하기로 했다. 기준을 갖고 선택을 하기 시작하니 내가 생각했던 결말로 향할지 더 집중하게 되었고 나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심지어 뒤로 갈수록 영화의 내용을 진행시킨다는 느낌보다 주인공을 조종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그런 느낌을 받은 순간 왠지 모르게 우쭐한 기분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 선택항목 중 ‘Netflix’가 나오는 순간 우쭐한 내 기분을 크게 비웃는 것 같았다. 결국 이것도 영화의 장치 중 하나일 테니 보고 있는 관객에게 완벽한 자율성을 준 것이 아니라 스테판과 같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들게 한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 내가 원하는 결말과 정해진 결말이 달랐는지 선택을 할 때마다 내 선택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었고 내용이 같은 구간에서 계속 돌고 돌아 선택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과정을 선택할 순 있었으나 결국은 짜인 판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내가 마주하게 된 결말은 주인공이 상담을 받다가 의자에 앉아서 죽게 되는 허무한 끝이었다. 끝난 이후에도 다른 선택을 하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볼 수 있도록 되어있어서 결말을 본 이후에 혼란스러움이 증폭 되었다.

 

영화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부분은 영화를 소비하는 데에 있어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본 후에 나에게 남은 것은 선택에 대한 실패감과 혼란스러움이었다. 선택의 기준을 세우면서 예상했던 나만의 결말은 모두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게 정말 끝인지 혼잣말을 되뇔 뿐이었다.

 

앞으로 인터랙티브 영화를 볼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고민이 될 것 같다. 아무리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지만 영화에서조차 내 선택이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결말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또 그렇게 해서 맞닥뜨린 결말이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더 생각해보고 싶은 문제다.

 

당신의 선택은 당신이 원하는 결말로 길을 안내해주었는가?


['영화로 나를 쓰다'(이다혜) 강의를 들으면서 제출했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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